2025. 4. 12. 17:05ㆍ결국엔 사진
2025년 3월 말, 충동적으로 치앙마이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약 2주간의 여정이 주어졌고, 그중 1주일은 베트남에서, 나머지 1주일은 치앙마이와 방콕을 오가며 보내기로 했다. 다행히 치앙마이 직항 항공권이 저렴하고 시간대도 적당해 부담 없이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카메라를 손에 들고 치앙마이를 렌즈에 담아본 이번 여행은 사진가로서 새로운 영감을 얻은 시간이었다.
치앙마이의 첫인상: 올드타운의 헤리티지
치앙마이에 도착한 첫 느낌은 베트남 호이안과 닮아 있었다. 올드타운은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느릿한 삶을 이어가는 현지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진을 찍는 입장에서 이곳은 색감과 질감이 풍부한 피사체로 가득했다. 오래된 사원의 벽, 골목의 간판,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이 렌즈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아침이 선사한 촬영의 기회
치앙마이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가장 적합한 시간은 단연 아침이다. 이른 아침, 숙소를 나서며 카메라를 준비했다. 치앙마이의 날씨는 낮이 되면 무더워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 쉽지 않다. 더위에 지치면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결국 오토바이에 의지해 찍은 사진은 단조로워지기 마련이다. 아침 일찍 움직인 덕분에 맑은 빛과 선명한 풍경을 담을 수 있었다.
촬영 팁: 치앙마이의 아침은 빛이 부드럽다. ISO 100200, 조리개 f/5.6f/8로 설정하면 자연스러운 색감과 디테일을 살릴 수 있다. 광각 렌즈는 골목과 사원을, 50mm 렌즈는 사람들의 표정을 담기에 적합하다.
동남아의 생기: 카페와 식당
치앙마이의 카페와 식당은 새벽부터 문을 연다. 흔히 동남아를 ‘여유로운’ 이미지로 떠올리지만, 이곳의 상점들은 이른 시간부터 활기를 띤다. 한국의 이른바 ‘배짱 영업’과는 다른, 꾸준한 열정이 느껴지는 풍경이다. 올드타운에 자리 잡은 숙소 근처의 카페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레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색색의 간판과 독특한 인테리어는 사진 소재로 제격이었다.
다만, 환전을 하지 않고 여행을 시작한 탓에 길거리 음식점은 주로 눈으로만 즐겼다. GLN 결제도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미식의 유혹에 빠질까 봐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도 카페에서 맛본 커피와 디저트는 하나같이 훌륭했다. 첫날 방문한 카페들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했으며, 공통적으로 맛과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자세한 카페 리스트는 여기 참조).
렌즈에 담긴 사람들
아침 산책 중 만난 현지인의 모습은 치앙마이를 더욱 특별하게 했다. 올드타운을 걷다 보면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 시장으로 향하는 상인, 그리고 카페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을 마주친다. 이들의 일상은 화려하지 않지만, 렌즈를 통해 바라보면 따뜻한 이야기가 담긴다. 특히 사원 근처에서 만난 스님들의 고요한 동작은 사진으로 남기기에 완벽한 순간이었다.
촬영 팁: 인물 사진은 자연광을 활용해 촬영하자. 셔터 속도 1/250 이상으로 설정하면 움직이는 피사체도 선명하게 잡힌다. 피사체의 허락을 구하는 것도 잊지 말자.
치앙마이의 풍경: 랜드마크보다 순간
여행자 중에는 랜드마크를 찾아 인증샷을 남기는 이들이 많지만, 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대신 사진가로서 화려하거나 독특한 풍경에 끌린다. 치앙마이의 사원, 골목, 그리고 시장은 그 자체로 훌륭한 피사체였다. 특히 올드타운의 오래된 건물과 현대적인 카페가 공존하는 모습은 색다른 매력을 뽐냈다.
여행 중 미얀마에서 발생한 강진 소식을 들었지만(자세한 내용은 여기), 치앙마이에서는 큰 영향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 덕분에 사람들의 일상이 더 선명하게 렌즈에 담겼는지도 모른다.
치앙마이 여행의 총평
치앙마이는 장기여행지로 유명하지만, 사진을 찍는 이들에게는 장기 여행지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4~5일 정도 짧게 머물며 사진을 찍고 카페를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특히 근사한 카페를 중요하게 여기는 여행자라면 치앙마이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이곳의 카페는 다른 어떤 여행지보다 개성과 품질 면에서 뛰어났다.
몇 년 만에 찾은 태국, 그리고 처음으로 방문한 치앙마이였다. 덕분에 베트남이나 일본 여행보다 사진을 더 많이 남겼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2일차에 방문한 카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더 많은 여행 사진을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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